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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에 내려온지 3일째 off 날,,

어젯밤 잠들지 못 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잠들어서

2시간도 못 잤는데 잠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어제 저녁에 엄마가 엄마 친구딸도

얼마 전에 병원 신규로 입사했는데

매일 울기만 하고 얘기도 안 하고 예민해졌다더라

같은 입장이자,, 언니로서 가서 얘기 좀 해보라길래

나도 나 하나 못 챙기고 퇴사 생각 가득한 마당에

무슨 얘기를 초면에 하라는 건가? 싶었지만,,,

엄마랑 요새 친하게 지내는 아주머니라길래

일단 디저트도 얻어 먹을 겸 쫄래쫄래 따라갔다가

어머니들끼리 근황토크 하시는 동안

이것, 저것 병원 얘기하면서 어색한 기운이 사라질 때쯤

"신규 생활 많이 힘들지?" 한마디 했는데

말문이 막혔는지 눈물만 글썽이는 동생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입사한지 7개월이 됬고, 독립한지 3개월이 됬는데

쉬는 날마저 병원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서

쉬는 것 같지도 않고

퇴근길에도 또 뭐 실수하고 가는 건 아닐까?

출근길에는 오늘은 또 어떤 일로 태워질까?

내가 없는 자리에서 또 내 욕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뭔가를 해서라도 이 마음을 진정시켜야 할 것 같긴 한데

취미생활을 하기에는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서

스트레스 해소해보려고

토하기 직전까지 눈에 보이는 음식을 욱여넣다가

부모님이 알아차릴까봐 숨죽여 토하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가여워서 운 적도 여러번이라고 했다

요새는 왜 신규 간호사들이 자살하는지 이해가 되고,

퇴사 후 행복해보이는 동기들, 친구들을 보면

나도 퇴사해야겠다,,, 싶다가도

내가 여기를 그만두면 또 다른데는 적응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대학 늦게 가서 2년 늦게 사회생활 시작했는데

여기서 더 뒤쳐지는 건 아닐까?

힘들다고 해도 잘 버티는 사람들도 많은데

결국은 다 내 문제가 아닐까?

부모님은 더 버텨보라고

초반에는 누구나 다 힘들다고 하는데

조금 더 지나면 정말 괜찮아질까?

여러 생각이 들고,,, 살면서 본인이 이렇게까지

소심하고 우울하고 예민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면서

입사 전까지만 해도 긍정적이고 잘 웃는 사람이라는

소리 많이 듣고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웃을 일이 없다고 하면서 또 울었다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간호사가 우울증인 거 같다면서

눈물을 닦는 26살의 동생이 너무 안쓰럽고 공감이 되서

차마 버티면 좀 나아지긴 나아진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

전국에 간호학과 입학생은 많은데

임상의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는 이유는

대학병원, 종합병원 신규 퇴사율이 50% 가까이 되고,

그 곳을 퇴사한 뒤, local 병원에 머무르기보다는

탈임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왜 결과적으로 탈임상을 선택하게 되는지는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인력 대비 과중한 업무와

매일 매일 언제 변경될 지 모르는 3교대 근무,

임상 내 쉬쉬하고 넘어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태움 문화,

독립 하기에는 너무 짧고 빡센 신규 트레이닝 기간,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게 당연한 근무시간 등등

모두가 문제를 잘 알고 있음에도

신규를 위한 현실적인 개선은 더더욱 더딘 편이여서

갓 사회에 나온 20대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책임을 준비할 새도 없이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내가 어제 그 동생에게 뭐라고 말을 해주는 게 맞았을지

사실은 이 일기를 적고있는 지금조차 잘 모르겠다

사람과 상황은 결국 바뀌지 않고,

바뀐다면 내가 바껴야만 한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기 때문에 ,,,

임상만이 답이 아니고 간호직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정말 다양하고 많다

길게 봤을 때,,, 26살 정말 어린 나이고

늦은 나이도 절대 아니니까

남들이랑 비교하지 말고 그냥 딱 너만 생각하고,

너만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게 맞는거다,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지금까지 해낸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니까

너 선택에 대해서 부담 안 가져도 된다고 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조언할만큼

임상을 많이 겪어본 것도 아니고

이제 갓 입사 3개월차가 된 신규일뿐이라서

아직까지도 임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 1-2년만 버티고 임상 경력 쌓아서 탈임상 준비하자 " 는

생각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가끔 환자를 간호하며 당연한 일에 감사 인사를 들을 때마다

더 멋진 임상 간호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

임상에 오래 남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할 신규들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는

따뜻한 선배이자 동료 간호사가 되고 싶은 날들도 있다

실수 한 번, 태움 한 번에 바로 돌변해서

이 놈의 임상 내가 더러워서 2년 안에 나가고 만다면서

부들부들 떨기도 하지만,,, ㅎㅎ

 

29살인 나도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냥 세상의 모든 신규 간호사, 임상 간호사들이

조금 더 나은 상황에서 근무할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특히, 태움 문화 제발 이제 그만 사라져 💦💦💦

왜 임상에 오래 남은 사람은 ㄸㄹㅇ들 뿐이라는 말을

사실로 만들고 있는거냐구!!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는 3교대 근무자는

근무일수를 14-15일/달 정도로

변경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 물론 월급까지 줄이는 건 말도 안 되고요 😡)

어쨌든,,, 생각 많은 밤이 지나고 4 off

3째날 아침이 밝았으니

오늘 하루 또 후회없이 푹 쉬어야지 ♡

오늘도 난 무조건 행복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