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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하다가는 내가 암 걸리겠다,,,

가끔 보면 항암환자보다 내가 더 아픈 거 같다,,,

저 침상에 누워있을 사람 곧 내가 되겠다,,,

입버릇처럼 내뱉고 다녔는데 ㅎㅎ

정말 암을 진단받았다 👀

입사 후,,,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걸

매일 느끼고 있긴 했는데,,,내가 진짜 암이라니,,, 🤦

컨디션 안 좋을 때는 70-80까지 떨어지던 혈압

입사 후 9개월째 소식이 없는 월경

점점 못 먹는 음식이 많아지던 내 입맛

전보다 확실하게 줄어든 식사량

조금만 먹어도 찾아오는 소화불량과 복부불편감

기복이 크게 찌고 빠지기를 반복하던 체중

아침 저녁으로 팅팅 부어가는 손과 발

작은 감정변화에도 전보다 심해지는 홍조

작은 스트레스에도 2-3일 주기로 찾아오는 오심/ 구토

등 등

많은 초기 증상들이 있었지만,,

그저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하면서 지나갔던 모든 것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내 몸의 신호였던 거 같다

증상이 너무 오래 지속되니까 내과 f.u 하면서

혈액검사 ➡️위/ 대장 내시경 ➡️ 복부 CT

➡️ 복부 MRI ➡️ 소장 MRI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됬고,,

결국은 발병률이 2-3% 도 안 된다는 소장암을 진단받았다

혈액검사상 CA19-9 는 35 이하인 정상수치를 훨씬 넘어

80대가 나왔고,,,

WBC, CRP, CEA 수치 모두 정상치를 벗어나있었다

 
 
 

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었던걸까?

몸만 망가진 걸까.??? 이게 정말 맞나?

17일 eve 근무 중 같이 일하던 쌤들이

내 검사결과 보고 최대한 빨리 진료 보라고 해서

어제 5시 직원찬스로 진료를 앞당겨서 봤다

멍하니 결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듣고

소장암 산정특례 등록을 하고 나오는 길에도

내가 소장암을 진단받았다는 사실이 현실로 와닿지 않다가

수술 일정 잡기 전,,, 다학제적 진료 위해

차장님과 진료결과 관련해서 통화하면서

내가 암을 진단받았다는 게 현실로 확 와닿아서 펑펑 울었다 

이 와중에도,,, 이제 곧 10개월 채워서

2개월만 더 버티면 1년인데 어찌해야 하나?

하는 걱정부터 드는 내가 어이없으면서도 안쓰러웠다 😭

앞으로 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수술과 추후 치료는 얼마나 걸리는 걸까?

완치는 가능한 걸까?

복귀는 할 수 있는 걸까?

뭐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내 미래가 깜깜해진 것만 같다

친구들이나 부모님께는 수술만 하면 되는 거라며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고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나도 이게 어떻게 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고

어느 하나 괜찮은 게 없다

오늘 5시 관련과 교수님들이랑 다학제적 면담하면서

추후 치료에 대해 계획을 구체화하고 설명듣기로 했는데,,,

나 혼자 가서 뭘 알아듣기나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진짜 다 모르겠다

남한테 폐 안 끼치면서 착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내가 놓치면서 살고 있었던게 있나 싶고 ㅎ

별생각이 다 든다

어제 내 소식을 알게된 친구들이

정말 많이 연락이 오고 걱정해줘서

갑자기 기프티콘 부자가 됬다 ㅎㅎ

걱정해주는 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힘내야지 싶다가 자꾸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갑자기 내 인생의 방향점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시간은 결국 흘러가니까 어떻게든 될 거라며,,,

느리더라도 하나하나 해나가다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나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아픈 줄도 모르고,,,

아니,,, 그냥 모른척하고 시간을 흘려보낸 거 같아서

나 스스로가 제일 불쌍하고 나 자신한테 미안하다

무슨 말을 쓰고 있는건지,,, 횡설수설,,,

그 다음 일기는 면담 다녀와서 써야겠다 ㅎㅎ

신규간호사 일기가 암 환자 일기가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