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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도 보통 졸업 후 24살부터 일을 시작하는 간호계에

나처럼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 입사했는데,,,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퇴사 (응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친구는 어릴 때 맞벌이로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이모가 키워주셨는데,,,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차도 반차도 쓰지 못 하고

부모님과 같은 존재인 이모의 장례식에도 못 가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 서글펐다고 했다

' 지금 당장을 떠나서 이렇게 평생을 일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고,

이 직업의 특수한 상황들과 자신의 직업 가치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친구는 앞으로 다시는 임상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번 기회에 임상에 남은 미련

후련하게 털어버렸다며 웃었다

맞다,,, 다 맞는 말이다,,,

다른 직장인들처럼 #반차 , #연차 라는 개념이 있고

실제적으로 카운트되는 갯수도 동일하지만,,,

사용법이 동일하지는 않다

#3교대 특성상 duty 를 짜다보면

신청하지 않은 연차가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병가도 반차도 연차도 내 마음대로 신청한다는 게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럼 그게 연차가 맞냐고 하는데,,,

그 질문에 나는 할 말이 없는 거 같다 ㅎㅎ

나도 이해 못 하지만 이해하고 수긍해야하는 3교대의 현실

코로나가 확진되어도

의료법상 하는 의료진 5일의 격리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끼치는 거라면서

미안해야한다고 말하는 이 곳에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아프면 왜 아프냐고 유난이다, 예민하다 고 하는 이 곳,,,

9개월차인데,,, 벌써 질릴대로 질려버린 이 곳에서

난 얼마나 존.버를 외치며 버틸 수 있을까?

입사 후 지속되는 무월경과 위염, 장염, 신경성 두통에

매달 30일 중 반은 끙끙거리는 나를 보면서

내 친구들마저 나에게 존.버만이 답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도 이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늦은 나이 또 새로운 곳에서 신입으로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서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은지

여기서 너무 많이 겪고 있어서

난 여전히 내 미래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 하고,,,

말 그대로 무식하게 버티고만 있다

내가 좋아하던 소품삽 팝업 전시회들을

또 언제 다시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까?

같은 병동 사람들이랑 딱히 트러블도 없고,,,

트레이닝 받으면서도 잘 하는 편이라는 평도 듣고 있지만

나는 임상이라는 집단 특성이라고 우기는 모든 것들,

3교대의 특성들, 이 무리에 어울리기 위한 사회 생활 등

모든 것이 너무 진절머리나게 싫어져버렸다

반면에 이번 직장이 내 직업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1. 난 낯을 많이 가리면서도 사람 자체를 정말 좋아했는데

취업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이 많이 생겼다

또 언제 저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내 뒷담을 할 지 모르는다는 생각이

문뜩 문뜩 들 때마다 말을 조심하다보니 직장에서 아예 말이 적어졌다

간호계, 특히 임상 간호사 세계에서는 비밀이란 없다

오죽하면 간호계에는 벽이 없다는 말이 학생 때부터 있었을까?!

2.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겉으로는 잘 지내지만

나도 모르게 이 사람들이랑은 어차피 평생 갈 일은 없다는

선을 긋고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이 곳에서 만든 관계는 퇴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 사람에게 진심이었다가 진심이 아니었다가 하는 나 스스로가 싫다

3. 나는 3교대보다는 day나 eve, night 등

한 duty를 지속하는 근무가 더 잘 맞는다

day - night - eve 순으로 잘 맞는 편인데,

그나마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일찍 잘 수 있는 day가 제일 잘 맞는다

하지만 다 필요없고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면서

내 연차, 반차 내가 원할 때 쓸 수 있는 9 to 5 상근직이 최고다 👍

4. 나는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는 것보다 의료진을 대하는 게 더 어렵다

진상이라고 불리는 환자나 보호자들도 많지만

'아프니까' '가족이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날 수가 없다

근데 별 것도 아닌 일로 짜증나있고 텃세부리고 갑질하는 의료진을 보면

도대체 본인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길래?

저런 언행을 보이나 싶어서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

의료진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하나의 직업일뿐, 상하관계가 성립하거나 누군가의 윗사람이 아니다

다들 자기 할 일이나 잘 하고

모두에게 친절하지는 못 하더라도 강약약강으로 못되게 살지는 말자

5. 나는 대규모 집단 생활보다

혼자 일하거나 2-4명 정도의 소규모 집단 사회생활이 더 잘 맞는다

사람이 많으면 벌써 정신도 없고 기가 빨리는 기분이다

병동에는 환자, 보호자, 의료진,,, 마주치고 부딪힐 사람이 너무 많다

6. 나는 응급상황이나 매번 변경되는 불규칙한 업무보다는

규칙적이고 정적인 업무를 더 선호한다

CPR 코드블루 상황 때마다 손이 벌벌 떨리고 머리부터 아픈 나,

바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나를 보면서

임상에 오래 있을 성향은 절대 아님을 많이 느낀다

7. 이번에 일하면서 하루 걸러 아프고 매일을 울다보니

직업을 선택하는 우선순위에 있어서

페이 > 사회적 가치 (네임벨류) > 워라벨 > 직장동료 순이었는데

워라벨 > 직장동료 > 페이 > 사회적 가치 ( 네임벨류 ) 순으로 바꼈다

언제 또 우선순위가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정한 마지노선 페이 아래가 아닌 이상은

앞으로 20-30년을 더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워라벨은 무조건 1순위일 것 같다

8. 나는 내 생각보다 일하는 지역이 정말 중요한 편이었다

( 언제든 스트레스 해소할 문화시설이 많고 강이나 바다가 가까운

부산. 서울. 인천 등 대도시를 선호한다 )

9.... 사실 적자면 더 적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이 정도 ?! 🤔

 

언젠가 이 곳에서 확실히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 시작을 하거나 쉴 준비가 됬을 때

지금의 경험들과 생각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굳게 믿으면서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

일단 퇴사는 그래도 1년은 버텨보고 결정하는 거로!!!

자취방 계약이 2년인데

어차피 중도 세입자도 못 구할 거 같아서

떠날 때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게

가능하면 2년은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외래나 상근직 부사 로테만 시켜주면 3년까지는 쌉가능인데 😭)

다들 아프지 말고 그냥 행복하자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