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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병가를 마치고 10/31 복귀해서 일하면서

다양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들을 마주하게 된다

암을 진단 받아 치료 받는 환자들 보면서

덜컥 덜컥 찾아오는 암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까지 내 인생에 대한 허무함.

나 스스로와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등

오만 생각과 복합적인 감정이 찾아온다

 

그와 동시에 유독 가족이라는 개념에 감정적으로 약한 나는

아들 딸이나 부모와 통화하거나 얘기하는 환자를 보며

자주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본인이 아픈 와중에도 아들 딸 건강 잘 챙기라며

전화 한 통에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던 아버님은

딸이 30대 중반인데도 아직 결혼을 안 한다면서

이러다가 자기가 없을 때는 누가 얘를 돌봐주냐고

쌤도 부모님 걱정시키지말고

어여 좋은 곳 시집가는 게 효도라고 하셨다

20대 초중반의 내가 결혼 안 해! 할 때는

그래 너 맘대로 살아라 굳이 결혼 안 해도 된다 하시던 부모님은

20대 후반(95년생)인 내가 여전히 비혼쪽에 더 가깝자

내가 정말로 결혼 안 할까봐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엄마 아빠는 점점 나이가 들고 힘도 점점 없어지는데

나중에 내가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게 너무 걱정되고

안정적인 나만의 가정. 나만의 가족 품에서

좀 더 행복한 인생 2막을 꿈꾸면 좋겠다고 하신다

( 근데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겠는게,,,

29살인데 난 여전히 엄마. 아빠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못 할 것 같은

찌랭이 울보 막내고, 시간이 지나 나이만 먹은 아가 👶 다

어디 내놓기 불안하다는 말은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 )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만큼

많지는 않지만 나름의 몇 번의 연애를 거치고 나니

남이었던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 하는 걸

너무 많이 깨닫기도 했고

나 스스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그걸 다 포기할 정도로 좋아할 사람을 못 만나서인지

이제는 그냥 나 혼자 살아갈 준비를

결혼할 다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ㅎ

그리고 이번에 아프면서 더더욱 그 결심이 커진 게,,,

진단받은 직후 한 일주일(?) 정도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을 때

잠시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는데

내가 그런 결정을 했을 때 그 후의 부모님이 생각나서

그런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것조차 너무 죄송스럽고

마음이 찢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을 정도의

감정을 처음 느껴봤다

그 이후로 내가 책임져야할 사람, 나 때문에 마음 아플 사람을

절대로 더는 만들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여전히 엄마 아빠 사랑으로 살아가는 우리집 막내입니다 😍

아마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포기하고 싶은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자유,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책임감 등이

그 결정에 있어 고려사항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픈 뒤로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자신감? 이

떨어진 게 너무 많이 느껴지는 게,,,

난 이제 언제 또 몸이 얼마나 더 아파질지 모르는 사람인데

누가 이런 날 사랑하겠어?

사랑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한테 짐이 되고싶지 않아

이런 생각에 더더욱 선을 긋고 벽을 치게 되는 거 같다

누군가 먼저 다가오면 이 사람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고

내 상태를 알려서 불편해지기도 싫은 마음에

자꾸 뒷걸음질부터 치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폐가 되고 짐이 되는 게 너무 싫고 싫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걱정 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좋은 건 다 나눠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

에휴,,, 하지만 내가 암 진단 받은 후로

나 몰래 울던 엄마와

이제는 전화 할 때마저 나에게 조심스러운 아빠를 보면

내가 더 힘내서 다시 정신차려야지 하는 생각

정말 많이 한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현실이 되고 나니

나한테 제일 소중한 건 나 스스로와 내 사람들이라는 걸

너무 많이 깨달아서

줄 수 있을 때 후회없이 내 모든 걸 다 주고 싶다 ㅎㅎ

그런 마음으로 내 자취방에 온 엄마한테

내 가방. 옷 다 가지라고 하고

사고싶은 거 내가 다 사준다고 했었는데

왜 그런 말 하냐면서 우시길래 놀랐다

이렇게까지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 나를

처음 겪은 엄마는 혹시나 내가 나쁜 생각할까봐

매일 불안하다고 하신다

걱정마 엄마

 

나 엄마 아빠 놔두고 어디 안가 ㅎㅎ

아직 먹고싶은 디저트 가고싶은 여행지 사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아직은 저세상 못 간다우 👉👈

엄마 아빠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사랑해서

그 사랑보다 더 큰 사랑 받는 나는 절대 어디 못 가

우린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자 소중한 사람이니까

오늘 하루 더 내일 하루 더 버텨보자

우리의 바람과 간절함이 모여 결국 좋은 날 오겠지

( 응 다 필요없고 일단 상근직 좀 보내줘 제발 🙏

사람 하나,,, 아니 우리 가족인가? 살린다치고 보내주세요 제발 🥺 )

어쨌든,,, 내일 근무 때는 제발 토하지 않길 ㅎ

안녕 👋 🖐 👋